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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의 일상

추억이 허물어지기 전의 기록(상일동 주공 7단지 재개발 / 고덕 주공 7단지)

추억이 허물어지기 전의 기록(상일동 주공 7단지 재개발 / 고덕 주공 7단지)

나에게 강동구 상일동은 꿈에 나올 정도로 소중한 기억들의 집합이다. 4살부터 13살까지 살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주를 시작하고 재건축 한다고 하여, 휴가 날 시간을 내어 찾아갔다. 18년 만의 방문이다.

고덕 주공 7단지는 롯데캐슬 베네루체라는 이름으로 재건축된다.

"ㅇㅇ야~ 놀자~~!" 소리에 뛰쳐나가 해질녘까지 뛰어놀고, 엄마가 저녁먹으라는 외침에 각자 집으로 들어갔던 아무것도 걱정없던 그 시절

25년 전 가족사진을 찍었던 벤치가 이렇게 제자리에 있었다.

시각장애인 복지관. 항상 이 횡단보도를 건너 국민학교를 등교했다. 비오는 날 우산을 너무 뒤로 들어서, 뒤에 있었던 아이가 우산 제대로 들라고 화냈던 게 기억난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길. 어릴 적에는 정말 넓은 찻길이었는데 왜 이렇게 좁아보인는 지. 친구랑 장난치면서 막 뛰어가다가 내려오는 차에 박았다.(지금 생각해보면 운전자에게 진짜 죄송, 애들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황이 제일 욕나옵니다 -_-;) 젊은 여성 운전자분이 병원에서 엄마에게 사과하셨던 게 기억난다.


살던 동 들어가는 길.. 바로 윗 사진의 공간에게 겨울날 시장에 간 엄마 마중한다고 내복바람으로 기다렸던 게 생각난다. 어떤 아주머니가 안춥냐고 물어봤었고, 추워서 다시 집에 들어갔다. ㅡㅡ;;;;

이 나무에 대한 추억이 많았는데 베어졌다. 집 앞에 큰 나무가 있었는데, 6월쯤 되면 진분홍색 가느다란 실뭉치같이 생긴 꽃들이 너무 예쁘게 폈다. 나뭇잎도 자잘자잘 많이 달려서 갖고 놀았었는데 베어졌다. 4층 베란다에서 이 나무가 잘 보였고, 꿈에도 이 나무가 보였다.

수백번 손을 넣어봤던 우편함


어릴 적 양수기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혼자서 양수기가 뭘까 고민했었다. 겨울에 저 곳이 얼지 않게 엄마가 헝겊같은 걸 집어넣었던 것 같다. 기억이 많이 난다. 이웃주민들이랑 친하게 지냈었다. 엄마가 날 혼내고 집밖으로 내쫓아서 옆집 아줌마한테 문 열어달라해서 피신간 적도 있었다ㅋㅋ

입구라인에 있는 창들이 작은방 창문인데, 어릴 적 엄마가 시킨 수학숙제가 하기 싫어서 책상에 엎드려 잔 기억이 있다. 밖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잠이 스스륵 들었다.

추억이 많은 자전거보관대. 그자리 그대로이다. 비 오는 날 보관대 천장비닐이 축 늘어진 걸 발로 차서 물이 떨어지게 한 것이 기억난다. 그 당시 봉은 검은색이었는데 많이 녹슬었다.

이 곳은 원래 노란 개나리 나무가 빼곡히 있었던 자리다. 엄마가 빨간색 유치원복을 입히고 개나리 앞에서 사진을 찍어줬다.


교회도 그대로 있었다. 교회 목사 아들이 내 또래라서 종종 같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저 계단이 몹시 높고 험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낮은 계단으로 단숨에 올라갈 수 있었다. 교회 안에 유치원이 있었는데, 유치원 다니지도 않았는데 잠입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ㅎㅎ

예전에 저기서 사진찍었던 게 기억난다. 예전엔 검은 페인트지만 초록페인트였고 주변에 철쭉꽃이 만발했다. 동네 아이들이랑 철쭉꽃을 꺾어서 놀았다.


추억이 많은 아파트 뒷길.. 동네 아이들이랑 돗자리 펴고 색칠공부를 많이 했다. 단풍나무에서 돗자리 위로 하늘색 장수하늘소가 떨어져서 소리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은 장수하늘소 같은 곤충을 보기가 힘들다.


25년 전 가족사진을 찍었던 벤치.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가 찍어줬다. 아빠 출근 전에 찍었고, 밑에 개미가 있다고 사진찍기 싫다고 어리광 피운 게 기억난다.


주말에 종종 아빠가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뒷동산을 등산했다. 고구마를 많이 먹은 날이었는데 배가 아프다고 하니깐 아빠가 저 공터에서 응가하라고 한 게 기억이 난다 -_-; 황금색이어서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남. 아빠가 신문지로 덮어줬다......

어릴 때 저 구조물이 무엇이었는 지 싱당히 궁금해했는데.. 지금도 뭔지 모르겠다. 저 구조물 옆에 풀숲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풀숲에 들어가서 풀에 쓸려서 두드러기가 난 기억이 있다.


매일 놀았던 놀이터.. 모두 없어지고 공터만 남았다. 당시 옆 라인 두 자매랑 자주 놀았는데 셋째 딸이 태어났다. 놀이터에서 셋째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했다.


놀이터 사이드를 왜 가시나무로 했는 지 이해가 안간다ㅎㅎ 저 덤불이 없는 곳이 놀이터 지름길 이었다.

비가 그친 날 모래를 파서 물길을 만들었던 자리.


평행봉 놀이를 했던 곳. 어릴 때 끝까지 성공했었는데 지금은 한 발도 옮기기 힘들었다ㅎㅎ

놀이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


단지 상가. 엄마 손 잡고 상가에 들어서면 항상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가보니 지금도 방앗간이 있었다. 똑같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저를 반겨줬다. 어릴 적에는 굉장히 큰 상가였던 기억이 있는데 좁디 좁았다. 슈퍼 아저씨가 생각난다. 동네 아이들이 갑자기 자갈치라는 과자에 빠져서 며칠 동안 하루에 10봉 이상을 사먹은 적 있었다. 아저씨가 자갈치가 풍년이네~ 하면서 다음주에 자갈치를 대량으로 사셨는데 아이들이 지겹다며 안 샀던 기억이 있다. 그 슈퍼 아저씨는 지금 살아계실런 지 모르겠다. 계시다면 아주 나이 든 할아버지가 되셨을거다.
2층엔 내가 다니던 미술학원과 피아노 학원이 있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5단지 상가인데 어릴적 엄마와 목욕탕 들른 후 이 곳에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초록색 옛날 분식그릇에 담긴 떡볶이를 사먹었지요~

기억이 안날 줄 알았는데 동네 구석구석을 직접 거닐다보니 잊혀졌던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다.
이 곳에서 살던 4살짜리 꼬마가 이제 30대 중반이... ㅠㅠ 이사가는 날 파란 트럭 앞 좌석에 앉아서 갔다. 동네 아줌마들과 친구들이 다들 나와서 작별인사를 했다. 나의 소중한 기억 속 친구들아~ 다들 잘 살고 있니?